메뉴 건너뛰기

통합검색 입력 폼
잡코리아 주요 서비스
끝이 다른 시작 JOBKOREA 알바의 상식 albamon


취업토크 상세

[아트] 지방에서 미술로 탑 찍고 인서울 명문미대와서 장학금까지 받던 내가 업계에서는 어중딱한 노총각 퇴물 원화가였던 건에 대하여

작성자
iIIiili
작성일
2024-03-23
조회수
4715
좋아요 수
9
아침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그지같은 지옥철타고 한 시간 넘게 낑낑거리면서 출근하고

출근해서는 담배 한 대 태우고 커피 타서 숨 좀 돌리고 업무를 시작

예전에야 업무를 보면서도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있었지만 어째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업무가 익숙해져서 편해지기는 커녕 연차가 직위가 올라갈수록 일은 늘어나고 책임질 건 많아지고 업무는 압축되서 강도가 심해져만 가고 그와중에 생산성을 더 증진시켜야 연협 때 할 말이라도 있으니 정신없이 일하기 바쁘고

팀원끼리의 커피타임은 옛말 담배 태우러 나가기도 눈치보이고 바빠서 점심즘에나 되어야 급하게 먹고 겨우 식후땡
20분 남짓 남은 점심 시간에 눈 좀 잠시 붙이다가 땡 하자마자 타이머 돌리면서 다시 업무 시작

내 일하는 것도 바빠죽겠는데 모델러만 알아보면 될 것을 지들도 봐야겠다는 윗선들 압박에 블렌더랑 엔진까지 써서 보여줘야하고 더해서 AI활용 진도는 어떻게 되가냐고 독촉 아닌 독촉까지

회의는 무슨 놈의 회의야 한 번에 모여다가 공유해서 보여주면 될 것을 품평회니 감상회하는 것도 아니고 부서별로 임원별로 다 따로 회의잡아서 보여주고 브리핑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그래도 빡쎄게해서 야근은 면했다라는 상쾌함으로 퇴근하면 또 다시 그지같은 지옥철타서 또 한 시간넘게 낑낑거리다가 겨우 전셋방 도착

진이 빠져서 꾸벅거릴 틈도 없이 컴퓨터 키고 온라인 강의 틀면서 실습하고 퇴근하면서 사온 우동 다 식어빠진 줄도 모르고 후후불어 넘기고 개인작켜서 브러쉬질 몇 번 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12시가 넘어가네 칼퇴근이라도 해서 망정이지 야근했으면 몇 시에나 잤을까

분명 난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 씻지도 않고 침대로 다이빙했는데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보니 왜 벌써 토요일 저녁

어머니께서는 만나는 사람없느냐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그렇게 사냐

어머니 저 연애까지하면 저 죽어요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남들은 그와중에도 잘만 사귀고 결혼하고 애까지 낳더라
어머니 저도 그 분들이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해요 그 사람들은 무슨 터미네이터입니까

탈탈 털린 멘탈에 그래도 주말이니 쉬자고 영화 좀 보고 신작게임들 유튜브 영상 찾아보고

일요일 점심 즈음 느지막히 일어나서

이 놈의 직업은 투자 빵빵하고 간지 터지는 플젝을 못만나면 개인 시간 쪼개서 개인작을 해야할 수 밖에 없고
뭔 놈의 발전이 이렇게 빠르고 트렌드가 바쁘게 변하는지 블렌더 좀 쓸만하게 익히고 엔진 좀 다루겠다 싶으니 AI가 쳐 튀어나오고 지x이네 AI 후보정 리터치 폴리싱하다가 빡쳐서 싹 날리고 초기 블렌더 렌더샷 불러와서 다시 그리는 것도 몇번째인지 모르겠고 칙칙한 실사가 대세일 땐 언제고 드럽게 노가다 심한 애니메이션틱한 배경미술이 요샌 또 흥하네

이제서야 좀 주말 즐겨볼까 하면 일요일 밤이겠지

마조히스트마냥 자기학대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게임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면 괜히 고생하지말고 취미로 해요 취미로
이건 사람 사는게 아니야 그냥 일하고 공부하는 기계야 기계

자기가 게임 제작 업무보다 드로잉이나 페인팅이나 시각적 퍼포먼스에 더 능하다 그러면 거기 초점 맞춰서 학원 강사해요
학생들이랑 소통도 하고 하하호호하면서 제가 볼 땐 그게 더 사람처럼 사는 것 같애

지방에서 미술로 탑 찍고 인서울 명문미대와서 장학금까지 받던 내가 업계에서는 어중딱한 노총각 퇴물 원화가였던 건에 대하여


배너



퀵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