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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의 게임의 법칙] 게임업계의 의미있는 메타포

작성자
관련사이트 더게임스
작성일
2024-04-01

게임 상장사들의 올해 주총이 지난 달 30일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특히 28일에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15개 주요 게임 상장사들의 주총이 열려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상장사들의 올해 사업 계획과 비전 등을 요약하면 내부 혁신과 글로벌 경영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는 "직 결속과 사내 역량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더욱이 올 내수 시장에 대한 경기 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국 경제가 다시 되살아 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기관들은 거의 없다.

안타까운 사실은 국내 게임시장에 대한 성장 전망은 더 나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추정치는 약 19" 7천억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 비해 무려 10.9%가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 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강화와 새로운 니즈 장르의 출현 지연 및 충성도 높은 게이머들의 시장 이탈 가속화 등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그나마 수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중국 게임 시장마저도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게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고"되고 있는데다, 현지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득해야 하는 판호 획득 문제도 그렇게 호락 호락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유저들의 반응이 과거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데 대해 동의하고 있다. 예컨대 무"건적인 한국 게임 유저들이 지금은 그렇지가 않고, 게임에 대한 호불호 역시 예전과 다르게 그 간극 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천편일률적인 한국 게임 장르에 대한 식상함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 것이 한국 게임의 구"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혐한 분위기 확산 등으로 인한 반한 감정에 의한 반응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이 서질 않는다. 다만 중국 게임시장이 이전과 달리 변해 가고 있고, 게임 비즈니스 역시 쉽지 않게 됐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이 같은 나라 경제 사정과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 게임 상장사들의 올 사업 계획 은 유난히 보수적으로 읽혀진다. 그런데 그 행간에 엿보이는 의미심장한 메타포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또는 제2의 창업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첫 공동 대표제 도입을 결정한 엔씨소프트다. 주지하다시피 엔씨소프트는 김 택진이란 걸출한 인물이 창업 이후 지금까지 개발과 경영을 혼자 도맡아 왔다. 다른 경쟁사들의 경우 창업 이후 기업이 상장되면 슬그머니 자리를 넘겨주고, 이선에 앉아 훈수를 둬 왔다면 그는 무려 20여년을 현장에서 동거 동락하며 혼자 그 무게를 감당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최근 1~2년 사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예상치 못한 실적 부진과 정치권의 외풍을 경험했다. 또 주식 시장 마저도 주가가 요동을 치는 등 그를 압박했다.

그가 박 병무 사장에게 공동 대표를 제안한 것은 더 이상 엔씨소프트를 내수에 치중하는 기업으로 묶어두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경영 합리화를 꾀해 보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듯 하다. 위기 극복을 위해 구원 투수를 내세우고 막후에서 이를 지켜볼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는 그런 선택도 하지 않았다. 원팀(공동 대표)으로 해 보겠다는 것이다.

박 공동 대표는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국내에선 몇 안되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전문가이다. 과거 IT기업 로커스 홀딩스에서 영화사업을 관장하기도 했고, 이곳에서 당시 잘 나가던 게임업체 손노리와 넷마블의 지분을 인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근 인사를 단행한 넥슨도 엔씨소프트의 파격적인 행보, 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빼어난 경영 감각을 지닌 이 정헌 대표를 일본 대표로 보내고 김 정욱 강 대현 두 대표를 공동대표로 발탁한 것이다.

그간 넥슨 재팬은 오헨 마호니가 대표직을 맡아 왔다. 그의 경영은 무난했다. 그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 아닌 문제가 됐다. 엄청난 영업 이익을 내면서도 넥슨 재팬의 주가는 형편 없었던 것이다. 일본 증시가 때 아니게 달아 오르고 있는 데, 넥슨 재팬의 주가는 제 자리를 맴돌았다. 이 정헌 대표의 전격적인 발탁은 이같은 측면을 고려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김 정욱 공동 대표는 언론사 출신의 경영인이다. 2013년 넥슨에 합류한 이후 커뮤니케이션본부장, 넥슨 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 외유 내강형의 베테랑이다. 주변에 지우들이 많을 만큼 원만한 성품이지만 일에 관해선 꼼꼼하다. 그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다.

강 대현 공동 대표는 말 그대로 개발자 출신의 엔지니어다.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을 보면 ‘메이플 스토리’‘던전 엔 파이터’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화제작들이 수두룩하다. 게임 품평에 관한한 그를 따를 자가 없다고 할만큼 식견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넥슨은 이들 3인 체제에 의한 트로이카 시대를 열어 명실공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복안 인 듯 한데, 과연 그 결실이 언제쯤 맺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 넷마블은 권 영식 김 병규 등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경영 혁신과 글로벌 퍼블리셔의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위메이드는 박 관호 의장이 창업자란 자리를 내 던지고 본격적인 현장 경영에 나섰다.

눈길을 끄는 것은 데브시스터즈의 집단 지도체제의 도입이다. 이 회사는 최근 " 길현(전 스튜디오 킹덤 대표 )배 형욱(전 오븐게임즈 대표) 이 은지(스튜디오 킹덤 ) 임 성택(데브시스터즈 경영관리본부장) 등 4인에 의한 회사 경영을 결정했다. 앞서 이 회사는 이 지훈 김 종흔 두 사람에 의한 공동 경영을 책임져 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이란 당대 최고의 컴퓨터 엔지니어와 함께 공동 창업을 이뤘다. 하지만 이들은 태생적으로 체질과 성격이 상반됐다. 애플이 IBM에 밀려 도산 가능성에 휩싸이는 등 큰 위기에 처하자 두 사람은 결국 결별을 선택했다. 이후 애플은 잡스에 의해 위기국면을 돌파, 그 위대한 애플의 페이지를 열어갔다.

반면 세계적인 OTT 기업으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렌돌프가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2억 2천여만 가구가 넷플릭스에 가입돼 있다. DVD 우편배달서비스를 제공하던 넥플릭스가 오늘날 시가총액 2천억 달러에 이르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데는 독특한 경영구" 덕이 컸다. 이 회사는 지금도 공동 창업 정신을 그대로 살려 공동대표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빈자리가 생길 경우 핀치히터를 내세우더라도 단독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마다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기회가 주어질 때 마다 이런 말을 자주 건넸다고 한다. “기업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너무 느리게 움직여서 죽는 경우를 자주 본다.” 2024년 갑진년 춘삼월을 맞이한 게임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특히 경영환경 변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그 숨은 뜻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존의 전략인가 아니면 재 도약을 위한 값진 몸부림인가. 분명한 것은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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