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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게임규제책은또다른폭력…대책마련절실

작성자
관련사이트 더게임스
작성일
2012-02-14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쿨링오프제 도입을 골자로 한 게임업계 규제책을 발표하자 일파만파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본지는 산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좌담회를 지난 9일 가졌다.

특히 이날 언급된 주요 내용은 지난주 온라인을 통해 소개됐으나 더게임스 네티즌 독자들의 열화같은 요구에 의해 좌담회 전문을 게재키로 결정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재홍 서강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교수, 김찬근 인터넷PC문화협회장, 이병찬 법무법인정진 변호사가 참석했고, 본지 김병억 편집부국장이 사회를 진행했다.

사회: 최근 여가부의 셧다운제나 문화부의 선택적 셧다운제에 이어 교과부도 쿨링오프제를 발표하는 등 정부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왜 이처럼 게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인지, 이같은 규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업계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최근 정부 규제는 게임이 학교폭력을 야기한다는 시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게임이 학교폭력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이재홍: 미래를 위해서는 당연히 사회와 역기능적인 콘텐츠를 격리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최근 만연하고 있는 학교폭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게임으로 연결돼 부각되는 게 게임을 연구하는 학자 시각에서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규제는 게임 산업의 발전과 관련해서는 민감한 사안에 속합니다. 처음 규제안이 하나씩 나올 때는 지켜보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쿨링오프제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여건상 이렇게 글로벌한 산업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시각에서 봤을 때 게임은 국가적인 의미에서도 경제 기여를 한 부분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사회적 측면에서 봤을 때에는 게임산업이 기여를 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보다 더 심각한 산업 축소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최근과 같은 이중 삼중 족쇄가 더해지는 상황은 우리나라 대표 문화 콘텐츠로서의 위치를 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돼 안타깝습니다.

위정현: 해외 사례를 보면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가 게임에 대한 규제 정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규제가 있는 국가는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규제가 많은 나라의 경우는 대체로 후진적이고 반대의 경우는 선진적인 편이라는 겁니다.

이번 규제와 같이 게임이 폭력성과 연관이 있는가는 사실 부가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사안은 굉장히 정치적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게임과 폭력성과 관련해 정책 당국에서 정확한 해석이 안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 소재가 있지요. 이는 물론 교육을 관할하는 주무부처나 관계 기관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교과부는 게임과 학력폭력을 연관시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데 문제점 지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에 기반한 ‘마녀사냥’식이라는 겁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이 사안을 총선, 대선으로 끌고갈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미 새누리당에서는 선거를 겨냥한 게임 정책 방향을 내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부모들의 표를 얻는데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이후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하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 뻔합니다.

김찬근: 학교폭력과 게임의 연관성은 결국 가장 찾기 쉽고 학부모들이 원하는 타깃으로 선정됩니다. 원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게임기를 사주는 등 게임 친화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학교에 다니고 입시가 가까워지면 오히려 게임을 문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온라인 게임이 없던 시대에도 학교폭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 학창시절때도 그랬고 학교폭력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시절은 없었습니다. 폭력성은 게임이 있던 시절이나 없던 시절이나 인간에 내제돼 있는 약육강식, 자기 우월성 과시 등과 연관된 문제입니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지금처럼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편으로는 게임업계도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게임산업은 이제 프로야구 제9구단을 창단할 정도로 외연이 넓어졌으나 아직 덩치에 비해 사회기여나 참여도는 한참 부족합니다.

지금 상황은 이런 문제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할 것이며 게임에 대한 순기능 홍보, 브랜드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병찬: 여가부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로 이어지는 정책 변화를 살펴보면 처음 셧다운제의 경우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게임 즐기는 학생의 부모 살해 사건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등의 사회문제를 거치면서 학교폭력의 주범을 게임으로 몰아간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이 게임이 아니고 교육정책의 실패라면 교과부가 정책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본질을 외면한 채 게임을 희생양을 삼아 여론을 몰아간다면 이같은 학교폭력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학생들의 여가시간 활용방안 등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한다면 아이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오히려 게임과몰입 문제는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게임에 책임을 묻고 부모들의 여론을 몰아가는데만 급급한다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올라가지만 게임에 대한 문제는 해소할 수 없습니다.

사회: 그렇다면 앞으로 쿨링오프제가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재홍:최근 스마트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혁명의 핵심에는 콘텐츠가 있으며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앞으로의 기술 흐름에 있어 게임의 중요성은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책적 흐름은 지금과 같은 규제 일변도로 갈 것이기 때문에 전망이 무조건 밝다고만 할 순 없습니다.

올해 게임 수출시장은 2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내놓은 규제 정책들은 향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전망을 놓고 봤을 때 조금 더 정부가 진지하게 접근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정부 관계자 중에 게임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도를 갖고 있는 인사들이 분명 있음에도 정책과 산업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산업과 정부, 그리고 국민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정책이 더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위정현: 기업은 어차피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게임은 크게 감소될 전망입니다. 이는 최근 규제가 어떻게 보면 건전한 게임을 만들라는 의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건전한 게임을 만들지 않게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성인용 중심이 될 경우 현재와 같이 청소년들이 주민등록 도용을 계속한다면 그때는 진짜 게임과 폭력성과의 연관성이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서든어택’과 같이 어린 유저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에 접속했더니 이미 누군가 도용해 사용하고 있던 경험을 접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규제가 심해지는 경우 게임을 하려는 미성년들이 부모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도 도용해 풍선효과가 확장될 것입니다. 게임에 대한 규제 효과는 오히려 더 반감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대선, 총선이 겹친 시기다 보니 쿨링오프제에 이어 여가부 등에서 또 새로운 규제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정치권에서는 규제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한 제방을 쌓지 않고 계속 방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병찬: 게임의 순기능은 청소년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여가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커뮤니티를 보내는 것에 있습니다. 여가부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제도를 지지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게임이 아이들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이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대학민국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속내는 아이와 게임 때문에 싸우는 것이 싫고 아이가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하는 것을 문제로 보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각 부처에서 따로 규제를 만들어 아이들의 이용시간에 대한 통합적인 시스템이 없다면 정책적 충돌이 발생하고 효율적인 관리는 불가능 할 것입니다.

김찬근: 셧다운제를 시행해보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어서 새로운 규제를 가한다는 방식이라면 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셧다운제에 대한 데이터도 미비한 상태에서 무조건 밀어붙이기로 규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역효과만 날 것입니다.

아직 정치권이나 부모 세대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나도 떨어집니다. 만약 쿨링오프제가 실행되더라도 가령 A게임을 2시간 하고 B게임을 2시간하는 식으로 돌다보면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회: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나 업계가 청소년과 게임산업을 위해서 해야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재홍: 디지털 문화가 완전히 정착하면서 기존의 놀이의 기능을 게임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규제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며 가정은 가정대로 역할 확대를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보다 기업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걸출한 게임기업이 문화를 이끌어 가고 이익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하는 데 그러질 못했지요.

우리나라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스토리텔링 등 창의성과 기능성은 부족한 채 재미만을 살려하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의 순기능을 살리려면 스토리텔링과 구성, 새로운 아이디어, G러닝 등으로 문화적, 창작적 소양을 올릴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게임이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형성해 가야합니다. 기업들이 G러닝과 기능성게임 등에 높은 참여를 이뤄 순기능을 스스로 끌어내는 콘텐츠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위정현: 산업 전반을 살펴보면 대체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기업들이 오만한 편입니다. 매출과 실적 호조가 마치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낸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업의 경우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도 떨어지고 전반적인 마인드 자체가 어린 편입니다. 지금 정부의 ‘규제 쓰나미’에 대처하는 게임업계의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규제가 가중됨에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여론에 대한 자기홍보나 대처도 완패 수준입니다.

이 교수가 지적한대로 게임을 통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거나 하는 모습도 없습니다. 이는 결국 방파제로 쌓을 만한 재료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교과부의 규제는 나름 정교하게 준비해서 들고 나온 듯한 인상입니다. 반면 게임업계는 여전히 지리멸렬합니다.

김찬근: 작금의 상황을 봤을 때 가장 안타깝다고 여기는 것은 정치권에서 게임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꼽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타 분야의 경우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진출했을 때 자기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게임산업에는 그런 경우가 없습니다.

게임산업에는 현재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당구장이 사양 산업이 된 데에는 근본적으로 PC방이 생겨나면서부터입니다. PC방이 당구장의 기능을 대체하고 그 밑의 세대들은 당구장 문화를 겪어보지 못하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겁니다.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를 생각한 자원 확보지요. 업계가 지금과 같이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결국 게임과 멀어질 수 있으며 나중엔 사양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병찬: 정부가 게임산업을 규제하고 싶다면 명확한 기준을 갖고 신중을 기해 접근해야 합니다. 이를 테면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규제안을 만드는 식입니다.

한번 만든 규제는 없애기가 힘듭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게임에 대해 극단적, 단편적으로 서술하는 언론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중심이 부모인지 자식인지를 신중히 고려해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게임에 대한 시각과 접근은 부모와 아이세대가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기성세대는 게임에 대한 재미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경우 상업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독립영화나 다양한 영화가 등장하면서 전반적인 저변과 콘텐츠가 풍부해졌습니다.

게임산업 역시 지금 당장 문제가 있다고 해서 싹을 자르게 되면 나중에 얻게 될 열매를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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