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획] 수동적 소비서 참여하는 주체로~
인공지능(AI) 시대의 기술 발전이 화두가 되면서 에너지와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역시 집중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의 패권 갈등으로 인해 세계 정세까지 급변하며 경제와 산업은 더욱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게임 역시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소비 트렌드와 여가 문화가 급변하면서 게임의 입지도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이를 반영하듯 최근 게임 이용률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그동안 과금 요소에 지쳐 떠난 유저들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이에따라 게임은 이제 완성도와 재미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게임업체들은 지금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비책으로 유저와의 공감과 참여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유저들을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참여하는 주체로 인식하겠다는 것이다. 라이브 서비스를 통한 양질의 콘텐츠는 기본이 됐고, 여기에 개발자와 유저가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해졌다.이를 위한 첫번째 변화는 유저들 앞에 스스로를 먼저 공개하고 나서는 일이다. 과거 개발자는 베일에 싸인 채 묵묵히 게임을 만드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 실무자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는 게 흔한 일이 됐다. 더 나아가 개발자의 소통 역량이 게임의 흥행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지난 2022년 열린 '던전앤파이터'의 17주년 라이브 방송 화면 일부.개발 실무자가 '간판 스타'로개발자가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업데이트 내용을 설명하고, 유저들의 날 선 비판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유저들은 개발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의 게임 서비스 방향에 서로 공감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개발자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서 유저들이 게임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이는 곧 강력한 충성도로 이어지기도 한다.게임업체 입장에서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면 유저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불만이 있어도 커뮤니티를 통해 넋두리 하는 정도로 끝났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온라인 속에서 벌어지는 불평불만을 넘어서 오프라인 시위가 이어지는 등 갈수록 유저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이 게임 운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트럭 시위'라 하겠다. 이처럼 유저들의 행동을 계기로 게임업체들이 유저와 대면하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사례들이 크게 늘고 있다.이는 그만큼 업체들이 유저의 공감을 사지 못하며 신뢰를 잃고 작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위기를 딛고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며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하는 등 업체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지난 2024년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커피 트럭 현장 전경.게임업계의 트럭 시위가 터져나오던 시기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등은 유저들의 질타를 받았으나, 이를 개선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유저들이 시위가 아닌 칭찬과 감사를 위한 '커피 트럭'을 개발자들에게 보내는 등 서로 간의 마음을 주고받기도 했다.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서비스 계획을 밝히는 쇼케이스에서 디렉터의 소통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당장의 매출 대신 유저들을 위하겠다는 발언 등이 유저들을 감동시켰고, 게임을 넘어 개발자에 대한 팬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업체들이 이같은 소통을 중요시하면서 다양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꼭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업데이트 이후 콘텐츠를 함께 체험하는 것도 일반적이 됐다. 유저와 같은 일상을 공유하듯 개발자가 저녁을 먹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게임 경험의 오프라인 확장 시대각 게임의 성격이나 주요 유저층의 성향에 따라 소통 전략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 기존 쇼케이스 형식을 탈피해 마치 TV의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구성까지 등장했다. 이제 개발자들은 소통 현장에서 개그와 유머까지 만들어 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를 위해 코스튬 착용이나 분장을 불사하고 있으며, 한편으론 연예인과 같은 팬사인회 자리를 갖는 등 팬서비스에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가장 핵심인 게임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면, 이 같은 소통 행보는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보여주기식 행사로 유저들의 눈을 돌리려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결국, 유저와의 소통은 게임의 완성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게임업체들도 퀄리티와 소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성수동서 열린 'PUBG: 배틀그라운드' 및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팝업 스토어 현장 전경.또 게임업체들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서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팝업 스토어와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등에도 적극 실시하고 있다.과거 구색 맞추기용이었던 굿즈(기획 상품)가 이제는 고품질의 소장 가치를 지닌 '팬덤의 상징'이 됐다. 팝업 스토어 오픈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은 게임이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OTT 숏폼 을 비롯해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로 인해 게임 이용률이 감소하는 등 일상과 여가 문화에서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게임업체들이 일상 속에서 게임의 세계관이나 판권(IP)을 경험하며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에따라 게임업체들이 먹거리나 편의점과 같은 유통업계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생활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에 게임 굿즈를 녹여내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서울 마포구 카카오프렌즈 홍대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도로와 춘식이의 하루' 현장 전경.개발자와 유저가 대등한 파트너로이제 유저들도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있다. 게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 영상 음악 등을 제작하는 '2차 창작'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유저들이 애정을 갖고 선보인 창작물을 비롯해 커뮤니티 활동은 때로 수십억 원의 마케팅 비용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른바 '팬덤 이코노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레벨인피니트가 서비스하는 '승리의 여신 : 니케'의 경우 유저가 재창작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고, 이에 대한 판권을 개발사가 확보한 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까지 했다.유저들은 앞서 게임업체의 운영 미숙에 대한 트럭 시위 등 단체 행동에 나섰고, 이후 다양한 소통 채널을 기반으로 서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유저의 재창작과 팬덤 사이에서의 인기가 반대로 게임에 영향을 주는 등 상호 유기적인 관계가 더욱 강력해지며 서사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이다.전문가들은 "업체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시대를 지나, 유저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놀이터'를 얼마나 잘 제공하느냐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관건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또한 이제 게임 업계는 '소유'나 '기술'을 지나 '관계'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개발자와 유저가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서사를 써 내려갈 때, 게임은 비로소 OTT나 숏폼이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경험의 가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