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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5시]`갈라파고스화`를경계한다

작성자
관련사이트 더게임스
작성일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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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표준을 고집하다 국제표준에서 동떨어져 산업적으로 피해를 입는 현상을 흔히 갈라파고스화 됐다고 말한다.

자연환경이 폐쇄돼 독자적인 생태계가 구축된 갈라파고스 섬이 작은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해 생태계가 무너진 현상을 빗댄 표현이다.

우리 게임산업이 이런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될까 우려된다. 페이스북 게임에 이어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 이용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29일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스팀 게임들 중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질타했다. 1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업체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주무부처의 관심을 촉구했다. 박 의원의 주장을 요약하면 스팀에서 유통되는 게임 중 국내 등급분류를 받지 않는 제품을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준비되지 않은 자료를 발표함으로써 게임인들을 혼란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는 스팀을 마치 개발사인 것 처럼 생각했고 등급분류나 한글화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게임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준 것은 고맙지만 즉흥적이고 무성의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박 의원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해외여행에서 기념품으로 사온 제품들을 국내에 반입하거나 재판매 하는 모든 행위를 막아야 한다. 정당한 대가를 주고 관세를 물고 샀더라도 산처럼 쌓인 규제 중 하나에 걸리는 제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팀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행위는 해외여행에서 기념품을 구매하거나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직접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스팀에서 유통되는 게임 대부분이 한국 유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이 한글 자막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국내 등급분류를 받고 정식 유통됐거나 자원 봉사자가 스팀과 게임개발사(생산자)가 자체 자막 기능을 허용한 게임을 대상으로 번역한 것일 뿐이다. 박 의원이 문제제기한 부분에서 걸릴게 없거나, 제재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또 아마존에서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해외 직구족의 선례도 있다. 정부는 직구족이 늘어나자 관세를 줄이고 통관절차를 축소하는 규제완화를 지난 4월 시행한 바 있다. 이 사례와 게임의 경우는 정반대인 데다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글로벌이라는 공통의 관심사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다.

박 의원의 주장은 게임 유통을 민간의 자율에 맞기고 그에 따른 피해의 책임을 국가가 생산자에게 묻는 사례와도 큰 차이가 있다. 선조치와 후조치 어디에서 국가기관이 개입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게임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민간자율 등급분류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도 없다. 사업자의 자율과 양심에 맡기고 있다. 시장의 판단에 따라 게임을 유통한다.

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나서 생산자에 책임을 묻고 잘못을 바로잡는 사후조치 체제는 갖춰졌다. 또, 해외 국가들의 등급분류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보조적인 측면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국내와는 다른 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통과 서비스 되는 모든 게임이 국가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거쳐야 한다. 해외 사례와는 달리 선조치 체제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게임계가 정부를 어렵게 설득해 이제 곧 PC패키지와 아케이드, 온라인게임도 민간자율심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시장과 겨룰 기초체력과 환경을 겨우 마련한 셈인데, 박 의원의 문제제기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의 기반이 다시 후퇴하게 될까 염려스럽다.

또 스팀이 국내 게임업체와 인디개발자가 세계 유저와 만나는 소통의 장으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밟힌다.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스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디개발자들 역시 좁은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스팀을 유통 플래폼으로 애용하고 있다. 스팀의 국내 이용이 막히면 필연적으로 국내 게임업체와 인디 개발자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유통채널이 막혀버리는 꼴이 된다.

박 의원에 주장에 따라 스팀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 게임산업이 또다시 규제라는 틀에 막혀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갈라파고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 게임산업은 철저한 연구와 시행착오 없이 도입된 규제정책으로 인해 한 수 아래였던 중국에게 거대한 시장을 내줬고, 북미와 유럽 등 게임 선진국의 추격에 위태로운 상태임을 박 의원은 되새겨야 한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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